완벽하지 않은 나만의 투자 기준

이 글에서 다루는 건 교과서적인 투자 분석 방법론이 아닙니다. 전문가의 체계적인 체크리스트도 아닙니다. 저라는 개인 투자자가 실제로 종목을 고를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부족한 부분까지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남기는 기록입니다. 이걸 기록해두면 나중에 "그때 나는 이런 기준으로 투자했구나"를 확인할 수 있고, 그게 결국 더 나은 기준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종목을 만나는 경로

저는 별도로 스크리닝 툴을 돌리거나 조건 검색을 하지 않습니다. 종목을 만나는 경로는 대부분 우연입니다. 뉴스를 읽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증권사 리포트를 훑다가 눈에 띄는 종목이 생기면 그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거죠.

SNS나 커뮤니티도 많이 봅니다. 토스 증권 커뮤니티, 블라인드, 각종 투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데, 솔직히 대부분은 똥글입니다. 근거 없는 추천, 감정적인 매도 의견, 확증편향에 빠진 분석. 하지만 가끔 진짜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1%의 글을 캐치하면 도움이 많이 되고, 결국 쓰레기 속에서 보석을 골라내는 눈이 중요한 거죠.

체계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꾸준히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장의 흐름이 보이고,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종목이나 섹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그 감각을 믿는 편입니다.

매수 전에 확인하는 것

종목이 눈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는 건 현재 실적과 업종 전망입니다.

실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매출 증가입니다. 매출이 늘고 있다는 건 이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영업이익은 부가 지표로 봅니다.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면 영업이익은 따라올 수 있지만, 매출이 정체된 상태에서 영업이익만 좋은 건 오래 못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종 전망은 증권사 리포트를 많이 참고하고, 특히 해당 업종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지,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들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국내 시장만 보는 게 아니라 해외 시장 상황도 함께 확인합니다. 같은 업종이라도 글로벌 흐름과 국내 흐름이 다를 수 있고, 해외에서 먼저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면 국내에도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유심히 봅니다. 대기업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고르고 골라 투자를 결정하는 거니까, 그 사람들이 돈을 넣고 있다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안 보는 지표, 안 하는 분석

재무제표를 정밀하게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보는 법을 잘 모르고, 이건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PER이나 PBR 같은 지표는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한데, 기업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변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PER이 높다고 비싼 게 아니고 낮다고 싼 게 아닙니다. 실적이 바뀌면 지표도 바뀌니까요. 그래서 지표보다는 이 기업이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매수 타이밍과 방법

매수 타이밍은 솔직히 "적당히 싸다고 느낄 때"입니다. 정확한 저점을 잡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점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대신 보통은 한 번에 몰아서 사지 않고 분할매수를 합니다. 해당 종목에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은 금액에서 20~30%씩 나눠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에 일부를 사고, 더 떨어지면 추가로 사고, 확신이 강해지면 비중을 늘립니다. 한국전력 때 전 재산을 한 번에 넣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올인하면 떨어졌을 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그 이후로 분할매수를 원칙으로 잡았습니다. 나눠서 사면 하락이 오히려 기회가 됩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해당 종목이 장기간 특정 가격대에서 머물러 있는 경우, 이미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고 판단되면 한 번에 올인하기도 합니다. 오래 횡보한 가격대라면 그 자체가 시장이 인정한 바닥이라고 보는 거죠.

절대 사지 않는 것

기준이 있다면 "사는 기준"보다 "사지 않는 기준"이 더 명확합니다.

첫째, 적자가 너무 심한 기업. 일시적인 적자와 구조적인 적자는 다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없는 기업은 아무리 싸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둘째, 정치 테마주. 선거철마다 특정 인물과 엮여서 급등하는 종목들이 있는데, 이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종목에는 제 기준을 적용할 수가 없으니까요.

셋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 이 회사가 뭘로 돈을 버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주가가 왜 오르고 왜 떨어지는지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넷째, 실적 없이 기대감만으로 오른 종목은 일단 지켜봅니다. 곧 실적이 나올 수 있는 근거가 보이면 매수를 고려하지만, 허황된 기대만 먹고 사는 종목이라면 손대지 않습니다.

목표가 설정

솔직하게 쓰겠습니다. 목표가 설정은 감에 의존하는 부분이 큽니다.

물론 아무 근거 없는 감은 아닙니다. 해당 종목의 뉴스를 계속 보고, 실적 추이를 확인하고, 업종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이 정도까지는 갈 수 있겠다"라는 판단이 쌓이는 겁니다. 숫자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보면서 쌓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꼭지에서 파는 게 아니라 어깨보다 조금 낮은 쪽에서 파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내가 판 가격보다 더 올라간 부분은 내 돈이 아닙니다. 욕심을 부려서 꼭지를 잡으려다 오히려 타이밍을 놓치는 게 더 위험하니까요. 적당히 먹고 나오는 것, 그게 단타 시절과 다른 점이라면 "적당히"의 기준이 훨씬 넓어졌다는 겁니다.

이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목표가를 좀 더 논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준

이렇게 써놓고 보니 부족한 점이 눈에 보입니다.

실제로 감에 의존한 판단이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더 오를 수 있었던 종목을 너무 일찍 팔아서 아쉬웠던 적도 있고, 싸다고 느껴서 들어갔는데 더 떨어져서 물타기를 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체계적인 기준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상황들이었겠죠.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들도 명확합니다.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는 법, 기업의 적정 가치를 산출하는 밸류에이션 방법, 그리고 매도 타이밍을 감이 아닌 논리로 잡는 방법. 이런 것들을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기준이라는 게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닙니다. 단타를 칠 때는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차트 모양이 좋아 보이면 사고, 남들이 산다고 하면 따라 샀으니까요. 그러다 한국전력을 계기로 실적을 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업종 전망까지 확인하게 됐고, 지금은 시장 규모와 해외 흐름까지 보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가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거라 믿습니다. 지금의 기준을 기록해두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때는 이랬구나, 지금은 이만큼 달라졌구나"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기록이 쌓이면 기준도 단단해질 겁니다. 이 글이 그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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