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라는 바다에서, 나만의 노트를 펴며

1993년생.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고,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고. 사회가 깔아놓은 길 위에서 성실하게 달려왔습니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나와 같은 길 위에 있는데 누군가는 이미 저 멀리 앞서 있고, 어떤 사람은 아예 다른 길에서 여유롭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느꼈습니다. 월급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월급은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자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건 결국 자산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기록하지 않은 투자는, 없었던 투자와 같다

처음 투자라는 걸 접한 건 2017년, 코인 시장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비트코인이 얼마가 됐대"라는 말이 돌길래 호기심 반 욕심 반으로 뛰어들었는데, 제대로 된 공부 없이 들어간 거라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만들어낸 불같은 장세를 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코인 시장에도 다시 발을 들였습니다.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 뭘 사도 오르는 것 같았던 그때. 차트를 보며 단타를 치고, 수익이 나면 바로 팔고, 또 다른 종목에 뛰어들고. 그걸 반복했습니다.

특히 코인은 24시간 장이 열려 있다는 게 독이었습니다. 밤에 차트를 붙잡고 있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고, 몇 시간 못 자고 출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항상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버텼고, 틈만 나면 휴대폰을 꺼내 차트부터 확인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화장실에서도, 회의 중에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중독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갈려나가는데 계좌는 제자리. 그렇게 몇 년을 보냈습니다.

돌아보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타로 벌었던 돈은 다시 단타로 잃었고, 수수료와 세금은 꼬박꼬박 빠져나갔고, 계좌 잔고는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수백 번의 매매를 했지만 정작 내가 왜 그 종목을 샀는지, 그때 시장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내가 어떤 감정 상태에서 그 결정을 내렸는지 —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수익이 났던 매매에서도 왜 벌었는지 모르겠고, 손실이 났던 매매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기록하지 않은 투자는 없었던 투자와 같다는 것을. 아무리 많이 매매해도, 아무리 뉴스를 많이 읽어도, 내 언어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건 경험이 아니라 소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왜 지금인가

사실 기록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나중에 해야지", "좀 더 실력이 쌓이면 그때 시작하자"라며 미뤄왔습니다. 완벽한 타이밍 같은 건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2026년 5월. 투자를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기록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잘 쓰려는 게 아닙니다. 서툴더라도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것. 그게 이 블로그의 시작점입니다.

이 블로그는 어떤 공간인가

한 가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곳은 전문가의 분석 보고서를 올리는 곳이 아닙니다. 수익 인증을 자랑하는 곳은 더더욱 아닙니다.

저만의 금고이자 실험실입니다.

앞으로 이런 것들을 써내려갈 생각입니다.

투자 복기
왜 샀는지, 왜 팔았는지,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이 세 가지를 정직하게 적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익보다 손실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 겁니다.

시장 관찰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나만의 필터로 걸러낸 인사이트를 정리합니다.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같은 뉴스를 보고도 '나는 이렇게 읽었다'는 관점을 남기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자본주의 생존 전략
주식 매매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관리할지, 돈과 시간과 리스크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그런 근본적인 고민의 흔적을 남깁니다.

실패의 아카이브
실패를 더 꼼꼼하게 기록하려 합니다. 실패야말로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교훈이니까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블로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합니다.

기록이 곧 무기가 되는 날을 위해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시장의 폭락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는지, 어떤 뉴스에 흔들리는지, 언제 판단력이 흐려지는지. 이걸 알아야 시장 앞에서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훗날 이 기록들을 돌아봤을 때, 제가 걸어온 궤적이 선명하게 보이길 바랍니다.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되고, 저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길.

자본주의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1993년생의 기록,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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