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35%가 바꿔놓은 투자 철학

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전형적인 단타쟁이였습니다. 사고 오르면 바로 팔고, 또 다른 종목 찾아서 들어가고. 그게 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수익은 항상 조금이었고 손실은 항상 컸다는 겁니다. 조금만 오르면 "여기서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바로 팔았고, 손실이 나면 "곧 오르겠지"라며 버텼습니다. 결국 조금 먹고 크게 잃는 패턴의 반복. 더 오를 종목도 급한 마음에 일찍 팔아버려서 먹을 수 있었던 수익마저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몰랐습니다.

한국전력, 그리고 -35%

2021년 6월, 한국전력을 2만6천원 부근에서 매수했습니다. 그 당시의 전 재산을 넣었습니다. 매수 근거라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코로나 장세에서 다른 종목들은 다 오르는데 한전만 안 오르니까, "이건 이상하다, 이것도 결국 오르겠지"라는 이상한 상상이 전부였으니까요.

처음에는 주가가 올랐고, 오르니까 더 샀습니다. "이대로 계속 오르겠지"라는 상상을 하면서 팔지 않고 버텼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가가 꺾이더니 쭉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만원이 깨지고 1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갔을 때 계좌를 열어보니 -35%..........

전 재산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팔면 사회 초년생 때부터 진짜 아끼면서 모았던 돈이 전부 사라지는 거니까. -35%에서 손절하면 원금을 복구하는 데 54%가 올라야 합니다. 사실상 복구 불가능이라고 봤습니다.

못 파니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멘탈이 나갔습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면서 "왜 샀을까"를 수십 번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못 파는 상황이니까, 월급을 받으면 열심히 모아서 떨어질 때마다 물을 탔습니다.

물타기를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회사를 제대로 파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전력이 어떤 구조로 돈을 버는지, 전기요금 정책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부 정책과 주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단타를 칠 때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공부였습니다.

그 무렵 유튜브나 투자 커뮤니티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이야기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장투? 그거 그냥 물린 사람들 핑계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그 상황에 놓이고 보니 다르게 보이더군요. 종목을 깊이 이해하고 믿음을 가지고 가져가는 것과 단순히 물려서 버티는 것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몸으로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파고들수록 확신이 생겼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은 흑자로 돌아갈 기업이라는 것. 그 기간 동안 주변에서 "왜 그걸 아직도 들고 있냐, 그냥 팔고 다른 종목으로 복구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귀를 닫았습니다. 제가 직접 공부하고 내린 판단을 믿기로 했으니까요.

그렇게 5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전력은 큰 수익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가가 거의 7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주변에서는 "이 정도면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지만, 팔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목표가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한 기준이 오기 전까지는 팔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것들

장기투자로 방향을 바꾸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단타를 할 때는 매일이 전쟁이었습니다. 호가창에 매달려 살았고 1%의 등락에도 심장이 뛰었는데, 장투로 전환하고 나니 하루하루의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습니다. 완전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진 거죠.

한전 외에 다른 종목들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2월까지는 수익을 거의 실현하지 않고 보유만 했는데, 올해 들어서 목표가에 도달하는 종목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 매도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면서 수익이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물론 지금 코스피 시장이 좋은 흐름이라 운이 따른 부분도 있을 겁니다. 다만 단타를 칠 때는 시장이 좋아도 수익을 제대로 가져간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방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코인, ETF, 그리고 지금의 선택

코인에 대해서도 한마디 남기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코인 투자를 완전히 접었습니다. 하다 보니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이건 그냥 사기라는 것. 코인에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가치라는 게 사람들의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기업처럼 실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분석할 수 있는 펀더멘탈이 있는 것도 아닌, 결국 누군가의 믿음 위에 올라탄 가격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은 아예 보지도 않습니다.

ETF는 분산투자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직접 종목을 분석하고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더 맞았고, 처음에 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섹터가 좋아 보일 때는 ETF로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지금은 국내 개별주식이 저의 주 무대입니다.

단타쟁이에서 투자자로

돌이켜보면 한국전력에서 -35%를 맞은 게 오히려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호가창에 매달려서 조금 먹고 크게 잃는 걸 반복하고 있었겠죠. 5년째 들고 있는 한전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 종목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타에서 장투로의 전환은 단순히 보유 기간이 길어진 게 아닙니다. 종목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급하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내가 정한 기준을 지키는 것.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방향은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구체적인 숫자와 종목들은 앞으로의 투자 복기에서 하나씩 풀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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